최근 공개된 김건희 관련 판결문을 읽으며, 이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공정과 책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판결문은 먼저, 대통령에게는 헌법에 따라 광범위한 국정 운영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만, 대통령 배우자인 영부인에게는 법령상 공식 권한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동시에 영부인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다른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즉, 법적 권한은 없더라도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처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결문은 영부인이 솔선수범하지 못할망정, 국민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또한 판결문은 공정이 국가와 사회 발전의 핵심 토대임을 강조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모든 일이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믿음을 가질 때 공동체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곧 부패라고 설명한다. 부패는 대체로 금전적 청탁과 결합되고,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더욱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언급된다.
문제의 핵심은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는 점이다. 판결문은 청탁과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수수하고 이를 개인적 치장에 사용한 행위를 비판하며,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해도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표현을 통해 권력 주변 인물에게 요구되는 절제와 품위를 강조한다.
이어 글은 주가조작과 여론조사 조작을 각각 경제 질서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규정한다. 이러한 행위들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유죄의 심증은 있으나 의심할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거나
“범죄 구성 요건 중 일부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될 경우,
법의 정의보다 법기술이 앞서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 글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 권력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수준의 책임과 도덕성을 요구해야 하는가, 그리고 공정이라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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